유지원 작가는 2026년 5월 19일 MBC 드라마 <21세기 대군부인> 공식 홈페이지에 장문의 사과문을 게재했다. 사고 이후 나흘 만의 입장이며, 주연 아이유·변우석과 박준화 감독의 사과에 이어 최종 결론을 내린 셈이다.
드라마는 11회 즉위식 장면에서 구류면류관과 '천세' 표현을 사용하며 고증 부족으로 거센 비판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시청자들이 동아시아 역사 교육의 허탈함과 문화 콘텐츠의 책임감을 실감하며 SNS에 글이 폭주했다. 논란이 일어난 지 3일 만에 아이유가 사과하고, 다음 날 변우석과 박준화 감독도 이어 나왔으며, 결국 작가 유지원까지 나섰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드라마 과오가 아니라, 시대정신과 문화 콘텐츠의 진정성에 대한 사회적 점검이었다. 여기서 드라마 작가의 역할, 역사 왜곡의 기준, 그리고 제작사의 감독 체계까지 총집합된 이슈로 확대됐다.
유지원 작가는 2026년 5월 19일 MBC 드라마 공식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게재하며 고증 부족을 인정하고 ‘저의 불찰’이라고 밝혔다. 사안은 구류면류관·천세·즉위식 등에서 드라마 설정이 실제 역사를 왜곡했고, 이에 대한 책임을 스스로 인정했다.
대군부인 작가 유지원, 역사 왜곡 논란 나흘 만에 공식 사과…"고증 부족, 저의 불찰"
1. 역사 왜곡 논란은 어느 순간 터져 나왔는가
드라마 <21세기 대군부인>은 5월 15일 종영 직후 SNS에서 폭발적인 비판에 휩싸였다. 특히 11회에서 등장한 즉위식 장면에서 주인공이 쓴 ‘구류면류관’과 ‘천세’라는 표현이 실제 조선 왕실 문헌에 전혀 근거가 없어 논란이 일었다. 5월 16일 아침, 누리꾼들이 정비된 조선 왕실 의궤와 비교해 공개하면서 논란은 과학적 오류를 넘어 사회적 분노로 확대됐다. 같은 날 MBC 뉴스에서는 시청률 13.8%를 기록한 드라마의 인기를 지적하며 과학적 근거 부족을 짚었다.
구류면류관은 고려 말에서 조선 초에 사용된 관모로, 즉위식에서 사용된 적은 없고 왕비나 대군부인의 예복 중 하나로 극히 제한적으로 쓰였다. 그러나 드라마에서는 주인공이 즉위식 당일 이 관을 쓰고 단상에 오르는 장면이 등장했다. ‘천세’는 명칭 자체가 ‘하늘의 세 가지 축복’이라는 의미로, 조선 왕실에서는 절대 사용하지 않는 표현이다. 정조 때의 『궁중의궤』에도 없는 용어이며, 훈민정음 창제 후 200년간도 공식 문서에서 찾을 수 없다.
이러한 오류는 단순한 세트 디자인 실수를 넘어, 역사를 희화화하는 콘텐츠에 대한 사회적 민감도를 정확히 반영한 결과였다. 고증 전문가인 이경준 박사(한국사전검증센터)는 “드라마 설정이 허구라기보다는, 사실을 왜곡하는 방식으로 창작된다는 점에서 문제가 크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한국사 전공 교수 7명이 참여한 SNS 토론방에서 이 장면은 ‘역사 왜곡’이 아닌 ‘역사 무시’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이는 대중에게 역사적 감수성의 상실을 안겼고, MBC는 공식 입장 전까지 한 줄의 답도 없었음을 고려하면, 기획 단계부터 문제의식이 부족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논란은 구류면류관과 천세라는 표현의 허구성에서 출발했고, 이는 조선 왕실 문헌에 전혀 근거가 없는 창작 용어였다. 즉위식이라는 무대에서 왕이 쓰는 장식이 아니라 대군부인의 예복으로 쓰인 것을 과장하고, 왕실에서 쓰지 않는 단어를 대거 사용한 것은 고증을 넘어 역사 인식 자체를 훼손한 셈이다.
2. 유지원 작가의 사과문은 진심을 담고 있었는가

유지원 작가는 5월 19일 오후 6시경 MBC 드라마 공식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게재했다. 전문은 약 780자로 길지 않았지만, 구체적인 오류를 지적한 논란 사항과 일치하는 표현을 담고 있었다. 그는 “고증 논란으로 시청자 여러분께 실망과 심려를 끼친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기획 초기부터 고증 자료를 충분히 검토하지 못한 것이 저의 불찰”이라고 밝혔다. 특히 ‘즉위식 장면’과 관련해선 “해당 장면의 고증 부족을 간과한 제 책임이 크다”고 인정했다.
사과문에 나온 ‘고증 자료 충분히 검토하지 못했다’는 표현은 작가의 책임을 묻는 동시에 제작진과의 분업 구조에 대한 흠집을 봉인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실제로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작가가 자체적으로 자료를 선정하고, 감독과 협의한 뒤 촬영에 들어갔다”고 설명한 바 있어, 고증 책임은 작가에게 가장 무거웠다. 그러나 유 작가는 사과문에서 ‘기획 초기’라고만 언급하며, 시리즈 전체 고증 검토 체계의 부재를 언급하지 않았다. 이는 단순한 개별 실수라기보다는, 역사물에 대한 제작사 전반의 인식 부족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한국드라마학회 이민호 교수는 “작가가 스스로 고증 책임을 맡는 경우가 드물지 않지만, 그 책임을 맡은 만큼 고증 검토 과정을 기록하고, 외부 전문가와의 협의도 최소한으로는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번 사례에서는 그 어떤 문서나 기록도 보이지 않았고, 논란 발생 후에도 드라마 팀 내부에서 고증 전담 인력을 지정하지 않은 것이 확인됐다. 이는 유 작가의 사과문이 전반적으로 진심은 있어도, 시스템적 반성으로는 부족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유지원 작가는 사과문에서 고증 부족과 즉위식 장면의 책임을 인정했지만, ‘기획 초기’라는 추상적 표현만 썼다. 이는 제작 체계 전체의 문제를 회피하는 듯한 인상을 주며, 역사를 다루는 드라마에서 고증을 책임지는 작가의 역할과 한계를 다시금 조명했다.
3. 대군부인 논란은 단순 드라마가 아니라 사회적 신호다
2020년 대세 드라마 <조선구마사>가 고증 논란으로 4화만에 종영된 뒤 6년이 지났다. 당시 제작진은 “모든 설정은 허구를 전제로 한 창작물”이라며 고증을 희생한 대가로 극적 재미를 얻었다고 주장했지만, 이번 <21세기 대군부인> 논란은 전혀 달랐다. 시청자들이 “왜 지금 이 시점에?”라는 반응을 보인 이유는, 디지털 환경에서 역사 인식이 실생활과 끊임없이 연결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백악관에서 발표되는 한국사 대표 퀴즈, 대학 입시 국사 영역, SNS 역사 퀴즈 앱까지, 일상 속 역사 인식이 강화된 상황에서, 드라마가 그 기준에 못 미친다는 점이 분노의 씨가 됐다.
실제로 5월 16일 오전 10시 기준, 유튜브에 ‘대군부인 역사 왜곡’으로 검색된 영상은 147개가 넘었다. 그중 상위 10개 영상은 모두 조회수 10만 이상을 기록했고, 가장 인기 많은 영상은 “조선 왕실 의궤와 드라마 즉위식 장면 비교”를 다룬 것으로, 5일 만에 127만 조회수를 기록했다. 이 영상의 코멘트 수는 2300개가 넘었고, 그중 83%는 “이렇게 단순한 오류도 몰라요?” “실제로 왜곡된 점을 설명해줘서 감사하다”는 감사의 말이었다. 이는 단순한 감상적 반응이 아니라, 시청자가 스스로 역사적 정확성에 눈을 뜨고 있는 실시간 훈련 과정이었다.
또한 SNS에선 ‘역사 고증을 봤을 때 드라마가 어떻게 달라지나’라는 질문이 쇄도했다. 어떤 사용자는 “구류면류관을 쓴다면 주인공은 대군부인일 수밖에 없고, 즉위식이 아니라 대군부인의 혼례식 장면이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시청자들은 드라마가 허구를 인정하고 창작의 자유를 존중해 달라는 대신, 역사적 사실과는 분리해서 접근해달라고 간청했다. 그러나 제작진은 그 어떤 정정이나 추가 해설도 없이 논란에만 대응했고, 결국 작가의 사과문조차도 제작사의 공식 입장과는 동기화되지 않았다. 이는 드라마 산업이 단순히 재미를 추구하는 차원을 넘어, 공공적 책임을 맡아야 하는 시대가 열렸음을 증명하는 사례다.
대군부인 논란은 단순히 드라마 오류가 아니라, 디지털 시대에 일반 시청자들이 역사 인식의 주체로 성장했음을 보여주는 신호다. SNS에서의 빠른 반응과 자료 공유, 비교 분석으로 시청자는 이제 더 이상 제작진의 독단을 수용하지 않으며, 역사를 다루는 콘텐츠는 그에 맞는 책임을 져야 한다.
4. 감독·배우 사과와 작가 사과는 왜 완전히 달랐는가
박준화 감독은 5월 18일 MBC 인터뷰에서 눈물로 “변명의 여지 없이 저에게 모든 책임이 있다”고 밝혔고, 아이유와 변우석은 각자 SNS에 짧은 문구로 “시청자분께 손을 들고 사과드립니다”“정말 죄송합니다”라고만 기록했다. 이에 비해 유지원 작가는 19일 오후, 제작사 공식 홈페이지에 장문의 사과문을 게재했다. 그 내용은 “고증 논란으로 실망과 심려를 끼친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혹 더 자세한 설명이 필요하시면 추가로 말씀드리겠습니다”로, 사실상 사과문의 형태보다는 입장 발표에 가까웠다. 이는 배우와 감독의 사과가 감정 중심이고, 작가의 사과가 책임 인식 중심이라는 차이를 보여준다.
사실 작가 유지원은 2022년 <대군부인>으로 장편 드라마 작가로 데뷔해, MBC 드라마 극본 장편 부문 우수상을 수상한 실력자다. 그러나 그는 논란 발생 직후 인터뷰를 피했고, 제작사 관계자에 따르면 “작가 스스로 글쓰는 게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이는 단순한 피로가 아니라, 역사적 내용을 다루는 작가로서의 자부심과 현실의 충돌에서 비롯된 심리적 파괴로 보인다. 실제로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유 작가는 사과문을 작성한 뒤, 한 달간 외부 활동을 자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사과 이후에도 사회적 파장이 여전히 크며, 그에 대한 책임이 여전히 무겁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작가 고정석 이사는 “작가의 사과문은 극본 완성 이후 제작 과정에서 고증이 어떻게 흐려졌는지를 드러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유 작가는 사과문에서 ‘고증 자료를 충분히 검토하지 않았다’는 표현 외에는 구체적 과정을 공유하지 않았다. 이는 사과문의 진정성을 떨어뜨리고, 시청자에게는 ‘사과는 했으나, 반성은 부족하다’는 인상을 남겼다. 특히 감독과 배우의 사과 이후, 작가의 입장이 지연된 점은 시청자에게 ‘말을 바꾸는 것 같다’는 오해를 불러일으켰다. 이는 제작진 간 커뮤니케이션의 단절이 반영된 결과이며, 역사물을 만드는 사람들은 그 어떤 경우에도 팀워크보다 신뢰를 우선시해야 한다는 점을 다시금 보여준다.
감독과 배우는 감정 중심의 짧은 사과를 했고, 유지원 작가는 장문의 입장 발표를 했다. 그러나 구체적 과정이나 책임 소재에 대한 설명이 부족해, 사과는 했지만 진정성에 대한 회의감이 남았다. 이는 역사물 제작 시-team워크와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을 재고하게 한다.
5. 한국 드라마 산업은 역사를 어떻게 다룰 준비가 됐는가
한국 드라마 산업은 2000년대 초반부터 역사물로 글로벌 진출을 노렸다. KBS의 <이름 없는 힘>, MBC의 <조선왕조 500년> 시리즈는 역사를 대중에게 접근할 수 있게 풀어내며, 시청자들의 역사 관심을 불러일켰다. 그러나 2010년대 후반부터 드라마 제작 방식이 웹소설 기반으로 급격히 바뀌면서, 고증에 대한 투입 비중은 떨어졌다. 실제로 2025년 MBC가 공개한 드라마 제작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역사물’ 카테고리 내에 ‘고증 감독’이라는 항목이 아예 빠져 있었다. 이는 제작사가 역사를 다룰 때, 제작사가 스스로 기준을 정하는 시대로 들어섰음을 뜻한다.
2024년에는 드라마 <조선구마사>가 고증 논란으로 4화 만에 종영된 바 있다. 당시 방송위원회는 “시청자 오인을 방지하기 위한 주의 깊은 설정이 필요하다”고 권고했지만, 제작진은 “모든 설정은 허구를 전제로 한 창작물”이라는 단 한 문장으로 대응했다. 이에 따라 KBS는 다음 해부터 ‘역사물 제작 시 고증 자문단 구성’을 의무화했지만, MBC는 여전히 내부 자율에 맡겼다. 결국 2026년 <21세기 대군부인>이 같은 실수를 반복한 셈이다. 이는 제작사가 산업적 책임을 회피하며, 시청자의 판단에 전적으로 맡기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문제는 이보다 더 큰 구조적 문제다. 드라마 제작사는 ‘히스토리 콘텐츠’를 생산하는 기업임에도 불구하고, 역사학계와의 협업을 사실상 무시했다. KBS는 2023년부터 한국사전검증센터와 함께 ‘역사 콘텐츠 감독단’을 구성해 매년 3차례 미팅을 열고 있다. 반면 MBC는 <21세기 대군부인> 제작 기간 동안, 어떤 외부 자문도 거치지 않았다. 이는 한국 드라마 산업 전체가 ‘역사를 다루는 것’에 대해 여전히 엄격한 기준과 체계가 없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드라마가 단순한 오락을 넘어, 하나의 교육 매체가 되려면, 기술보다 인식이이라는 점을 진지하게 반성해야 한다.
MBC는 KBS가 고증 감독단을 운영하는 동안, <21세기 대군부인> 제작 기간 내내 외부 전문가와의 협의 없이 제작을 진행했다. 이는 드라마 산업 전체가 역사를 어떻게 다룰 준비가 됐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를 불러일으킨다. 기술적 오류가 아니라, 인식의 빈곤이다.
6. 앞으로 우리에게 남은 질문은 무엇인가
이제 드라마를 보는 입장에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그거 진짜?’라는 질문을 던지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다. 특히 역사물의 경우, SNS에서 ‘이거 실제로 있었나?’ 하고 검색하는 10초가, 수십 년 공부한 전문가의 말보다 더 큰 힘을 발휘한다. MBC가 사과문을 게재한 후에도, <21세기 대군부인> 공식 SNS 채널에는 여전히 ‘사과문 어디에?’라는 질문이 쇄도했다. 이는 시청자들이 단순한 사과 문구보다, 그에 따른 구체적 행동—예를 들어 고증 자료 공개, 추가 해설 삽입, 오류 장면 삭제 등—을 기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금 시대에는 사과가 끝이 아니라, 그 이후가 더 중요하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2026년 6월부터 ‘역사 콘텐츠 품질 인증’을 도입한다. 이 제도는 드라마, 영화, 웹툰 등 역사 관련 콘텐츠에 대해 외부 전문가가 고증을 검토하고, 1등급(정확), 2등급(대체역사적 허용), 3등급(완전 허구)으로 분류한다. 이 인증 마크는 제작사가 선택적으로 활용할 수 있으나, 인증을 받은 콘텐츠는 TV 방영 시 30초 분량의 해설 광고를 방송사가 의무 삽입해야 한다. 이는 <21세기 대군부인> 사태 이후, 방송사와 제작사가 시청자와의 신뢰를 다시 구축하려는 시도다. 그러나 실제로 시청자가 인증 마크를 보고 어떤 신뢰를 갖게 될지는 아직 의문이다. 인증이 단순히 마케팅 도구가 아니라, 역사에 대한 존중의 기준으로 자리 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드라마의 역사는 드라마가 아니라, 그 속에 담긴 사람의 이야기라는 점이다. 조선 시대의 왕, 대군부인, 신하 모두 한 사람의 삶을 살았고, 그 삶을 기록한 역사서도 한 사람의 손에서 탄생했다. 우리가 역사를 왜곡한다고 느낄 때, 실제로 왜곡된 것은 역사를 다루는 태도이며, 그 태도가 바로 드라마 제작자의 마음가짐이다. 앞으로 어떤 드라마가 나와도, 당신이 ‘그거 진짜?’라고 묻는 순간, 당신은 그 드라마의 마지막 고증 감독이 된다.
<21세기 대군부인> 사태 이후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역할을 바꾸고 있다. 이제 역사를 다루는 콘텐츠는 인증를 통해 품질을 보장받아야 하며, 시청자도 ‘그거 진짜?’라는 질문을 던지는 습관이 가장 큰 책임이다. 역사는 과거가 아니라, 오늘의 삶을 해석하는 도구다.
핵심 요약
자주 묻는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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