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고강도 대출 규제로 고가 주택 매수자의 자금 조달이 막히면서 매도인이 매매대금 일부를 직접 빌려주는 '셀러 파이낸싱' 거래가 급증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 부부가 경기 성남시 분당 아파트를 29억 원에 매도하면서 매수인에게 17억 7,000만 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하고 이자를 받지 않기로 한 사실이 알려지며 이 방식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이를 두고 "일국의 대통령이 사채로 이자 장사를 한다"고 비판하며 형평성 논란을 키웠다.
이 글에서는 셀러 파이낸싱의 정확한 개념과 법적 구조, 서울 강남·용산·분당 등 핵심 지역에서 등장한 실제 매물 사례, 미국·일본 등 선진국의 규제 태도, 그리고 매도·매수인이 반드시 짚어야 할 세금·법적 리스크까지 현장 취재 자료를 바탕으로 정리했다.
1. 대출 규제 틈을 파고든 새로운 자금 조달 방식
'이재명 대출' 해외서도 비정형적 거래 분류 … 美 정부도 "시장 왜곡" ...
셀러 파이낸싱은 금융기관을 거치지 않고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매매대금 일부를 직접 융통해주는 사인간 금융 거래를 뜻한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이를 '매도인 금융' 또는 '준소비대차 계약'으로 부르며, 채권 확보를 위해 매수인 명의 부동산에 근저당권을 설정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최근 이 방식이 다시 주목받는 직접적 원인은 LTV(주택담보대출비율)와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등 은행권 대출 규제가 고가 주택 구매자의 자금줄을 죄었기 때문이다. 개인 간 거래에는 금융권 같은 LTV 한도 적용이 없어, 매수인은 자기 자금 비중을 낮추고 매도인은 매매 성사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대통령 실거래 사례가 알려지며 '초고가 주택 매매자들의 암암리 관행'이 공론화됐고, 온라인에서는 "대통령은 되는데 우리는 세무조사 대상이냐"는 형평성 불만까지 터져 나왔다. 이는 단순한 거래 기법 유행을 넘어 제도권 금융 밖 자금 흐름에 대한 사회적 감시 필요성을 환기시킨 계기가 됐다.
2. 분당 17억·강남 6억…핵심지 실제 계약 내역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이재명 대통령의 분당 아파트 매각 건이다. 매매가 29억 원 중 17억 7,000만 원을 근저당권으로 설정했으며, 청와대 설명에 따르면 별도 이자 수취 없이 잔금 납부를 유예해준 구조다. 이는 매수인의 현금 동원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전형적인 셀러 파이낸싱 형태다.
서울 강남권에서도 유사 매물이 속속 확인된다. 문화일보 보도에 따르면 용산·송파·분당 재건축 단지에서 "65억 원짜리 집, 25억은 근저당·전세" 조건 매물이 등장했으며, 강남 모 아파트에서는 집주인이 매수인에게 6억 원을 직접 빌려주는 광고 문구까지 나타났다. 매도인은 매수인의 잔금 치르기 곤란을 해소하고, 매수인은 은행 대출 한도 초과분을 메우는 식이다.
이들 거래는 등기부상 '근저당권 설정'으로 드러나지만, 계약서상으로는 '매매대금 지급 유예'나 '전세보증금 반환 채무 인수' 등 다양한 변형 구조로 포장되기도 한다. 매수인 입장에서는 은행 심사 없이 거액을 조달할 수 있어 매력적이나, 금리·상환기간·연체 시 처리 등 세부 조건이 표준화돼 있지 않아 분쟁 소지가 크다.
3. 불법은 아니나 '비정형 고위험 거래'로 분류
법적으로 셀러 파이낸싱 자체는 금지 대상이 아니다. 사적 자치 원칙에 따라 당사자 합의로 금전소비대차 또는 준소비대차 계약을 맺고 근저당권을 설정하면 유효하다. 다만 금융당국과 세무당국은 이를 '대출 규제 우회 수단'이자 '변칙 증여 통로'로 보고 예의주시하고 있다.
해외 선진국에서는 더욱 엄격하다. 미국 정부는 셀러 파이낸싱을 '예외적 고위험 비정형 거래'로 분류해 소비자금융보호국(CFPB) 등이 엄격 모니터링하며, 일본 역시 '매도인 융자'를 주택금융기관 심사 밖 거래로 보고 별도 공시·규제 틀을 두고 있다. 국내에서도 금융위원회는 가계부채 관리 차원에서 사인간 대출 실태 점검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전문가들은 "제도권 밖 거래가 확대되면 가계부채 통계에서 누락돼 거시 건전성 지표를 왜곡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특히 이자율 산정 기준이 불명확하고, 매도인이 실질적 채권자 겸 이해관계자가 돼 분쟁 시 법적 보호 장치가 은행 대출보다 취약하다는 점이 지적된다.
4. 매도·매수인이 놓치기 쉬운 세금·법적 함정
가장 큰 리스크는 세법상 '증여세' 문제다. 매도인이 무이자 또는 시가보다 현저히 낮은 이자로 자금을 빌려주면, 그 차액을 매수인에게 증여한 것으로 봐 증여세가 부과될 수 있다. 대통령 사례처럼 이자를 전혀 받지 않으면 연간 적정이자 상당액이 증여재산가액으로 잡힐 가능성이 있다.
매도인 입장에서는 이자소득세 신고 의무가 발생하며, 사업자 등록 없이 반복적 대출을 할 경우 금융업 무등록 영업으로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 근저당권 설정 순위도 중요하다. 선순위 은행 대출이 있으면 매도인 채권은 후순위로 밀려 경매 시 회수 불능 위험이 커진다.
매수인은 중도상환수수료 면제 등 은행 대출과 다른 조건을 꼼꼼히 챙겨야 한다. 금리 변동 시 재산정 방식, 연체 이자율, 기한 이익 상실 요건 등 표준약관 없는 계약서는 추후 소송 시 불리하게 작용한다. 전문가들은 "반드시 법무사·세무사 자문을 거쳐 계약서를 작성하고 등기부 현황을 확인하라"고 조언한다.
5. 시장 왜곡 우려와 제도 보완 과제
셀러 파이낸싱 확산은 대출 규제가 단순히 문턱을 높이는 데 그치지 않고, 거래 방식 자체를 음성화·사인간 계약으로 밀어내고 있다는 신호다. 고가 주택 시장에서 현금 부자 위주 거래가 굳어지면 실수요자 진입 장벽은 더 높아지고, 가격 하방 경직성만 강화될 수 있다.
정부와 국회에서는 사인간 대출 실태 파악을 위한 신고 의무화, 일정 금액 이상 근저당 설정 시 자금출처조사 연계, 무이자·저이자 대출 시 증여세 과세 명확화 등 보완 입법 논의가 오가고 있다. 미국처럼 '주택담보대출 원천징수·신고 제도'를 사인간 거래까지 확대 적용하자는 의견도 제기된다.
당분간 대출 규제 기조가 유지되는 한 셀러 파이낸싱 수요는 이어질 전망이다. 매도·매수인 모두 '편법'이 아닌 '합법적 대안'으로 활용하려면 계약 투명성 확보와 세금 신고 이행이 전제돼야 한다. 시장 참여자는 단기적 자금 융통 이면의 장기 리스크를 냉정히 따져봐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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